[]패션이 정치적일 수 있을까?

2021-01-12


Fashion

패션이 정치적일 수 있을까?

2021.01.12


늘 그랬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지금 더 그렇다. 세상이 급진적 과도기를 거칠 때 패션계는 지극히 필요했던 중대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까.

마린 세르는 2020년 가을 컬렉션의 업사이클링 스웨터처럼 얼굴 커버링을 컬렉션에서 항상 사용해왔다. 전 세계 저항 운동가들이 쓰는 발라클라바나 전통적인 부르카 등이 떠오르는 이런 커버링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불러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수십 년이 지나가기도 하고, 수십 년간 일어날 일이 단 몇 주 만에 벌어지기도 한다.” 레닌(Lenin)의 이 말은 수십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팬데믹과 브레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죽음, 제이콥 블레이크(Jacob Blake)를 향한 경찰의 총격으로 촉발된 시위가 한창이던 2020년 매우 깊은 울림을 주었다. 국경은 폐쇄되고 수백만 명이 실직했으며 산업 전반이 불황을 겪었다. 한편 미국 역사상 가장 이상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대선이 끝났다. 이 중 어떤 것이 패션과 관련이 있을까?

모든 것이 패션과 관련되어 있다. 코로나19가 세상에 퍼지기 전, 패션계는 미국에서만 180만 명 이상을 고용하는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었다. 이 산업의 영역은 스타들이 서는 레드 카펫에서부터 방글라데시같이 멀리 있거나 LA처럼 가까운 곳에 있는 노동력 착취 현장까지 뻗어 있다. 일각의 추정에 따르면 패션 산업의 연간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10%다. 패션 산업은 사회의 꿈을 이루고, 사회 규범에 도전하며, 패션 산업 관계자들이 패션 분야에 대해 믿고 있는 것을 되짚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패션은 정치적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된다. ‘늘 그러지 않았나?’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중세시대 사치 금지령으로 인해 평민은 신분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을 수 없었다. 프랑스혁명 기간에 파리 하층민은 노동자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증표로 빳빳한 바지를 입었다. 현대에 가까워지면서 미국 흑인 과격파 블랙 팬서(Black Panther)들은 힘을 키우고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옷을 활용했다. ‘탐욕은 선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1980년대에 파워 수트(Power Suit)와 푸프 스커트(Pouf Skirt)가 ‘레이건주의’의 기업 승리주의를 승화시키는 사이, 블랙 팬서들은 경찰 공권력에 대항하는 임무 대행을 보여주기 위해 가죽 재킷과 베레를 그들의 제복으로 선택했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패션은 우리 시대의 거울로서 기능합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코스튬 인스티튜트 큐레이터 앤드류 볼튼(Andrew Bolton)이 지적했다. “패션은 계층, 인종, 종족, 젠더, 성적 취향과 관련된 복잡한 사안뿐 아니라 애국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것, 선전적 경향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어왔죠.” 볼튼이 지적하듯 오늘날은 사회의식과 환경적 관심이 패션에 급진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소규모 창업 회사든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은 유명 브랜드든 상관없이 디자이너들이 각자 브랜드를 통해 다각도로 정치적인 것을 통합한다. 런웨이에서 선보인 판타지부터 컬렉션 제작 방법에서 기본 요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에서 실천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옷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다. 활동가, 단체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셀링 포인트다.

“당신이 기업으로서 결정하는 각각의 선택이 세상에 영향을 주죠.” 패션 뉴웨이브의 선봉에 나선 디자이너의 한 사람인 마린 세르가 말했다. “자신이 만드는 것, 그것을 만들어내는 방법,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해 말하는 방법, 이 모든 것이 제게는 정치예요.” 루이 비통과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는 또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이제 ‘정치가 양분법적인 것이 아님’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정치는 우리가 속한 시스템이며 그것이 나타내는 모든 방법을 말하죠. 당신이 쓰는 전화기에도, 걸어가는 거리에도 정치가 있어요. 당연히 당신이 입은 옷에도 정치가 담겨 있죠.”

‘양분법적’이라는 말을 통해 아블로는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논할 때 언급하는 당파적 분열과 싸움, 폭스 뉴스와 MSNBC 간의 기 싸움을 예로 들었다. 그렇지만 그가 언급하듯 당파는 정치적인 것의 한 요소일 뿐이다. 그리고 ‘당신의 옷에 담긴 정치’는 총기 폭력에 반대하는 비영리 조직 시카고 CRED에 수익금을 지원하는 오프화이트의 ‘I Support Young Black Businesses(나는 젊은 흑인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합니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구매하는 것부터 지속 가능성에 전념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사지 않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혹은 많은 브랜드가 코로나19 이후 공장을 닫고, 이로 인해 취약한 의류 관련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도가 나옴에 따라 비영리 단체 Remake가 시작한 #PayUp 청원에 동참하는 것, 혹은 Time’s Up을 지지하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블랙 의상을 입고 참석하는 것이나 제3의 성 정체성을 지지하는 의상의 착용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의미는 ‘패션의 정치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그 정치는 인정받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제가 말하는 패션의 정치는 목소리를 드높이기보다는 인종, 계층, 정의 등에 관한 대화와 관계된 일을 하는 것이죠.” 사무엘 로스(Samuel Ross)가 설명했다. 그는 명성 높은 LVMH 프라이즈 파이널 진출자이자 영국 남성복 브랜드 어콜드월(A-Cold-Wall)의 디자이너다. “제가 만든 옷의 분위기를 통해 패션이 종종 간과하는 경험을 포착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로스가 브루탈리즘 스타일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런던 공영주택 단지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그런 경험을 열망의 대상이 되는 뭔가로 탈바꿈시키면서 오늘날 아파트촌에 거주하는 빈곤층과 노동자층의 존엄성에 대해 단호히 말하고 있다.

한편 세르는 그런 분위기를 염두에 둔다. 그래서 컬렉션 작품 중 절반을 업사이클링 의상에 할애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 공수해온 빈티지 페어 아일(Fair Isle) 스타일 스웨터로 매끈한 프록 드레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현재 컬렉션은 위기에 놓인 세상에서 불사조처럼 살아남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그려낸다. 테마는 희망과 화합으로 세르의 초승달 문양에 잘 반영되어 있다. 이 문양은 비욘세가 제작하는 <Black is King>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그것은 고대의 상징입니다. 동양이나 서양 할 것 없이 말이죠. 아라비아와 그리스 문화에서 볼 수 있어요. 누구라도 이 문양에서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죠. 그것은 누군가에게 구속된 대상이 아니기에 저처럼 모든 사람이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죠.”

세르의 달은 민족주의에 대한 대응 수단의 역할을 한다. 그것을 그렇게 해석하기로 선택한다면 말이다. 상징주의는 디자인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마틴 로즈의 ‘Promising Britain’이라는 티셔츠는 조금 더 직접적이다. EU 깃발에 그려진 원형의 별에서 만화 캐릭터 광대가 나오는 그림의 이 셔츠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향해 돌진할 때 로즈가 선보인 2020 봄 컬렉션 작품으로 처음 등장했다. 로즈가 말했다. “의견과 논쟁이 없는 패션은 단지 상품에 불과하죠.”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도 이에 동의한다. 2016년부터 디올을 총괄하는 그녀는 첫 패션쇼에서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의 에세이 제목 ‘We Should All Be Feminists’가 프린트된 티셔츠로 오프닝을 열면서 그 생각을 드러냈다. 창립자의 뉴룩에 담긴 ‘여성미’를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의 미학적 코드를 날카롭게 변화시켜놓은 룩과 함께 말이다. “저와 이 브랜드가 가진 페미니스트 관련 아이디어를 통합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소망을 분명히 했어요. 디올의 헤리티지에 보조를 맞추는 한 가지 방법이죠.” 키우리가 설명했다. “이 무대에서 페미니트스가 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이들은 페미니즘, 다원주의, 환경 의식과 계급 의식을 비롯한 중요한 논의에 동참한다. 그렇지만 비르힐다 로메로 바스케스(Virgilda Romero Vasquez)에게 패션과 정치의 교차는 삶과 죽음의 문제다. 그녀는 19년 전 과테말라에서 LA로 이주했고, 그때부터 의류 공장에서 일해온 네 자녀의 엄마다. 그리고 주당 300달러를 벌고 있다. 그런 그녀가 7월 29일 SB-1399에 관한 캘리포니아 의회 노동위원회의 투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주에서  운영되는 공장은 작업량에 따른 임금 책정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런 시스템으로 인해 재봉사는 최저임금 이하의 수익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또 코로나19 증상에서 회복 중인 상태로, 그녀에 따르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면 너무 더운 굉장히 비좁고 환기가 되지 않는 그런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40명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그중 일곱 명이 코로나에 걸렸고, 여섯 명만 복귀했어요. 한 명은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죠.” SB-1399에는 각 브랜드가 계약을 맺은 의류 생산 하도급 업체의 열악한 환경에 법적으로 책임지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관심이 멀어진다면 로메로 바스케스는 재평가를 촉구할 수도 있다. 그녀가 예전에 일했던 공장이 유명한 홍보대사를 기용한 유명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 거의 독점적으로 제품을 납품했다. 그렇지만 그 생산 공장에 쥐가 뒤끓었으며, 쥐가 옷에 오줌과 배변을 보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그녀가 말했다. “저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더러운 곳에서 깨끗한 물건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패션 산업 내 공급 체인에서 노동 착취 문제, 특히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노동 착취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입는지, 그것을 입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요란한 대화만 무성하다가 시들해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LA 의류 공장에서 발발한 코로나19가 지난여름 캘리포니아 남부 전역에 폭발적 전염을 초래했듯, 노동 관련 문제는 결국 이 산업의 모든 것과 다른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어요.” 지속 가능성 컨설팅 기업 에코 에이지(Eco-Age) 공동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비아 퍼스(Livia Firth)가 말했다. 그는 더 윤리적인 공급 체인 만들기를 강력히 옹호하는 인물이다. “입고 있는 옷이 어떤 옷이든, 누군가는 그것을 만들었겠죠. 누군지 알고 있나요? 그리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는 있나요? 그런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적인 패션의 최신 형태입니다.”

노동에 관한 질문은 매장 마네킹에게 입힌 페미니스트 티셔츠를 착취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것 또는 그 브랜드의 ‘Black Lives Matter’에 찬성하는 인스타그램 포스팅과 고용의 다양성을 비교하는 것 등과 관계되어 있다. 키우리가 디올 2020 크루즈 패션쇼에서 했듯 전통적 장인 정신을 찬양하고, 투알 드 주이(Toile de Jouy, 자연의 풍경이나 인물의 군상, 기타 소박한 전원풍의 멋이 있는 중세의 정경을 담은 회화적 날염 무늬)를 인상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아이보리코스트(Ivory Coast), 즉 코트디부아르에 기반을 둔 스튜디오 유니왁스(Uniwax)와 협업하는 것도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모두 막 싹트기 시작한 책임감을 추구하는 운동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환경 운동가의 기후 영향과 폐기물에 대한 투명성 추진 캠페인, 문화적 전용의 퇴출(활동가 셀린 세만(Céline Semaan)이 부르카 등의 얼굴 커버링에 이슬람 스타일 이미지 사용과 관련해 마린 세르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브라더 벨리스(Brother Vellies)의 설립자 오로라 제임스(Aurora James)가 올여름 착수한 것으로 소매업체가 재고 물품의 15%를 흑인 소유 기업 제품으로 채우도록 촉구하는 ‘15% 서약(15% Pledge)’ 등과 같은 활동을 통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인 것이다. 대화와 무의미한 태도로는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관심과 활동 증대가 일시적인 것이었던 것처럼, 돈을 조금만 들이고, 인스타그램에 검은 사각형을 포스팅해놓고, 평소처럼 사업에 임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 것들이 그냥 엄청난 PR 정도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Law Roach)가 6월 ‘Black Lives Matter’ 시위 중에 발표한 기업 연대 성명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것을 보니 굉장히 속상하더라고요.”

젠데이아 콜먼과 셀린 디온 등의 유명 연예인과 함께 일하는 로치는 유명 인사와 인플루언서에게까지 책임감에 대한 주문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BLM 티셔츠를 입은 사진만 게시해서는 안 돼요. 사람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은 ‘당신이 실제적으로 그 운동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그 셔츠를 누가 만든 건가?’와 같은 코멘트도 눈여겨볼 것입니다.”

“그런 셀카 사진을 게시한 것이 이전의 급진적인 컨셉을 표준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애프릴 윌리엄스(Apryl Williams)가 말했다. 그는 미시간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조교수이자 하버드대학교 버크만 클라인 인터넷&소사이어티센터 선임 연구원이다. “저는 그런 사진 중 어떤 것도 경멸하지 않아요. 다만 사람들이 그것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걱정할 뿐입니다. 그런 사안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은 그저 보여주기식일 뿐이죠.”

물론 정치가 쇼로 확산되는 것은 패션이 명분을 가질 때마다 도사리는 위험이다. 또 다른 위험으로는 정치 자체가 ‘유행을 따르는 것’이 되고 패션 산업의 유행 변화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정 이슈가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작가이자 활동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이 물었다. 그녀의 책 <No Logo: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은 지금 다시 일고 있는 ‘책임성에 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리라 예상한다. “불가피하게 일어나게 되어 있어요. 패션이 원하는 것은 ‘참신함’이지만, 사회 운동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클라인이 지적하듯, 노동자들의 권리 투쟁은 수십 년간 진행 중이며 공급 체인의 세계화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기본 요구 사항, 즉 노동조합 결성 권리에 대한 요구는 바뀌지 않고 계속 촉구하는 중이다. “그것이야말로 판도를 뒤집어놓을 변수예요. 노동자들은 늘 자신들을 가장 잘 옹호해요. 그 사안이 무보수 추가 근무에 관한 것이든 안전한 근무 환경에 대한 요구든 가리지 않고 말이죠.” 그러면서 그녀가 덧붙였다. “브랜드에서 그 권리를 인정하도록 어떻게 촉구하느냐가 비법이죠.”

자신의 옷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퍼스가 말했듯 누가 그 옷을 만들었는지 아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된다. 적정한 규모의 독립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가 수많은 자회사와 수익에 집착하는 주주들을 거느린 기업보다 자신의 제조 공정을 더 직접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다. 레이첼 코미(Rachel Comey)는 가치관과 그녀가 운영하는 사업체가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뉴욕 패션계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코미는 연령, 인종, 사이즈를 불문한 캐스팅 선도에 일조했으며, 자신의 브랜드가 최대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도록 있는 그대로 노력해왔다. 그녀가 ‘Black Lives Matter’에 대한 지지 서한을 작성하면서 보여준 분명한 포인트 하나는 함께 일하는 다양한 출신의 직원들에게 투표할 유급휴가를 주는 것이며, 다른 기업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낭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 등을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책임질 일’이라는 생각이 더 많았죠. 제 이름을 걸고 그 레이블을 운영하니까요. 그렇지 않아요?”

코미의 의상과 액세서리가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그 브랜드는 점진적 확장을 추진한다. 그녀는 패션 슈퍼스타의 지위를 획득하기보다 자신의 예술적 틈새에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더 열의를 갖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그녀의 뒤를 따르는 듯하다. 대표적으로 에카우스 라타(Eckhaus Latta)와 조나단 코헨(Jonathan Cohen)을 꼽을 수 있다. 여름철에 벌어진 시위와 관련해 뉴욕의 여러 브랜드가 참여했지만 이 두 사람이 이끄는 브랜드가 특히 더 적극적이었다. 이들 역시 ‘Black Lives Matter’를 지지하는 단체에 자신들의 수익금 중 일부를 쾌척하는 코미의 활동에 동참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들의 결의가 흐지부지된 것에 대해서는 그리 괘념치 않아도 된다(그런 선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1990년 침체기에 뉴욕 디자이너들이 함께 뭉쳐 AIDS 투쟁 기금 조성을 위해 3일간 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또 다른 신생 브랜드는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비즈니스 틀을 의식적으로 마련해왔다. 방글라데시에 기반을 둔 명품 가죽 제품 라인 리디아 메이(Lidia May)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메이 양(May Yang)과 라시드 칸(Rasheed Khan)이 공동 설립한 브랜드로 메이 양에 따르면 ‘현지 제조업체 커뮤니티에 희망 심어주기’가 그들의 분명한 목표다. 이들은 자수 놓기 같은 고임금 기술을 여성들에게 훈련시키는 다카(Dhaka) 소재 시민 조직과 공조해 그 여성들을 채용한 뒤 브랜드 핸드백에 부착하는 세공 장식품을 생산하도록 이끈다(나는 리디아 메이 자문위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브랜드가 따라 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칸이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저렴한 임금 때문에 다카로 옮기죠. 저렴한 임금으로 그들을 착취하는 대신 지역사회에 투자했다면요?” 제네바 비즈니스&인권센터의 책임자 도로테 바우만 파울리(Dorothée Baumann Pauly)에 따르면 이런 사고방식이 더 큰 규모의 브랜드로 이미 서서히 퍼지고 있다. 그녀는 프랑스 기업 데카트론(Decathlon)을 예로 꼽았다. 그곳은 브랜드와 노동자가 모두 번영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그 회사와 거래하는 공급업체에 오랜 시간 헌신하며 그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요령 있는 기업이라면 불길한 징조를 알아채죠. 젊은 소비층이 타당하게 여기는 부분에 사업 관행의 보조를 맞추는 편이 나은 거죠.”

지구의 건강은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긴다. 다나 토머스(Dana Thomas)가 2019년 출간한 <Fashionopolis: The Price of Fast Fashion and the Future of Clothes>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미국 소비자가 평균 68벌의 의류를 구매했다. 일주일에 한 벌 이상을 구매한 셈이다. 새로운 물건에 대한 만족을 모르는 소비자의 욕구 때문에 기업이 생산량을 늘린 건지, 시장에 엄청 많은 제품이 출시되면서 이런 욕구가 생겼는지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질문과 같다(자라에서만 매년 4억5,000만 벌을 생산한다). 하지만 그 순서에 상관없이 그다음 이어지는 질문은 같다. ‘우리는 이런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 문제의 한 가지 해결 방법이 중고품 구매다. Z세대는 디팝(Depop) 같은 앱에 관심이 많다. 또래의 옷장에서 나온 중고 의류를 구매함으로써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9년 맥킨지 리포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중고 의류 시장 규모가 패스트 패션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수백만 톤의 의류가 쓰레기 매립지에 폐기되는 것을 우려하던 사람들에게는 기운 나는 소식이다. 또 다른 해결 방안은 업사이클링이다. 이것은 패브릭에서 섬유를 다시 뽑아내 옷을 만드는 것이다. 리제너레이팅(Regenerating)도 해결 방안이다. 이는 마린 세르가 낡은 옷과 직물을 리크래프팅(Recrafting)하는 혁신적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솔직히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제품 주문이 취소되고 매장이 도산하고 소비자들이 소비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패션 산업의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의 위험성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전 세계 패션 산업은 다시 활기를 띨 테고 결국 예전처럼 맹렬하게 생산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많은 디자이너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겠노라 대답했다. 드리스 반 노튼, 어덤 모랄리오글루, 토리 버치 같은 디자이너는 지난해 5월 ‘패션 산업에 보내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이는 컬렉션 횟수와 규모 축소, 의류 생산과 출하 시기 일치 등을 통해 전반적인 패션계의 슬로우 다운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할인 행사가 줄어들어 아름다운 옷을 사기 위해 소비자가 더 많은 돈을 저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우리 모두 다시 배워야 할지 모를 잊힌 습관이기도 하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생명주기가 더 긴 목적 지향적 작품을 다시 추구함에 따라, 주력 제품을 창의적으로 대체하고 이전 컬렉션을 싹 지워내야 한다는 관념을 없애면서 스트리트웨어 혁명이 시작했던 프로세스를 하이패션이 지속시키리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미 구찌 패션쇼에서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긴 시간에 걸쳐 아이디어와 모티브를 진화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중성적 의상으로 어색하지만 시크한 팬츠 수트를 컬렉션에 꾸준히 선보이는 것과 GG 로고에 대한 디자이너의 도발적 해석이 그러한 예다. 참신함을 위한 참신함이 빠지고, 그 자리에 사이즈, 인종 또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패션이 들어섰다. “패션의 임무는 그것을 입는 사람을 신나게 만드는 것이죠. 지금은 우리가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앞으로 맞을 시즌에는 아주 밝은 컬렉션을 선보일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통해 긴 터널 끝에 보이는 서광, 즉 희망을 전할 수 있죠.” 얼마 전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가 말했다. 최근 발렌시아가에서 그랬듯 귀여운 헬로키티 가방을 든 젊은이들이 런웨이에 오르는 것이 앞으로 당연한 일이 될 것이고, 이는 팬데믹으로 인해 확고해진 장기적 우선순위 재정립의 일환인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아름다움, 품질, 진정성 등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외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멈춰 서서 다시 평가할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렇게 활용하자고요.” 클라인이 말했다.

30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가 ‘역사의 끝’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후쿠야마는 소비에트연방과 서구 자본주의를 피했던 소비에트 공산주의의 붕괴를 예상하면서 정치적 논쟁이 마무리되었고 더 나아가 ‘정치’는 이제 그때그때 조금씩 손볼 대상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다방면에서 모호했지만 그의 분석은 ‘거의 30년간 패션 산업이 해오던 많은 일이 점차 빠르게 빈티지 아이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모든 것이 언급되었고 이루어졌다고 모두가 느낀다면 왜 뭔가 새로운 것을 말하거나 실행하려고 노력하나? 마크 제이콥스는 냉전 시대 이후 최고 활황기였던 1992년 페리 엘리스의 그런지 스타일 컬렉션에서 그러한 시대정신을 포착해냈다. 그것의 중고품 미학을 통해 모방과 반복이 전제된 패션 시대를 촉구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규칙의 예외는 바로 다양성에 의해 촉발된 창의성이다. 당연하다. 세상이 완전할 때, 더 뻗어갈 곳이 남아 있지 않을 때, 그 세상에 합류하고자 투쟁하는 외부인들이 ‘새것을 통한 충격’을 가하지 않나! 생물학적 성에 대한 불순응이 패션계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만 봐도 어떤 다이내믹이 작용하는지 확인된다. 그렇지만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부드러운 도발에서도 그런 점을 엿볼 수 있다. 10년간 발망을 이끄는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통해 ‘프랑스다움(Frenchness)’의 의미를 확장해나갔다. “파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것이 뒤섞여 있죠. 그렇지만 파리지엔 이미지에는 그런 것이 반영되지 않았죠.” 그러면서 부촌에 사는 백인 숙녀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언급했다. “폐쇄적 미학입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여기에 속해 있지 않아!’라고 일러주는 거죠. 우리는 향후 50년간 그 구닥다리 관념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랄까요? 아니면 패션이 지금 다뤄야 하는 새로운 것을 말하고 싶을까요?”

지난해 7월 루스테잉은 발망 75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센강 위를 떠다니는 유람선에서 컬렉션을 발표했다. 컬렉션에는 그 브랜드의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실루엣이 포함되었다. 그것은 루스테잉이 설치한 하나의 돌파구였다. “저는 대중에게 ‘제가 여기 있어요. 1세대 프랑스 패션 하우스 중 하나를 이끄는 첫 흑인 리더라고요’라고 말하고 있는 거죠. 그것은 제가 저항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위해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를 비롯해 흑인 디자이너들과 창의적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패션과 패션 정치를 피력하고 있다. 파이어 모스(Pyer Moss)의 커비 장 레이몬드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6년 스프링 패션쇼 오프닝에서 경찰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12분짜리 동영상을 틀어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컴백해 열렬히 환영받은 후드 바이 에어의 선견지명 있는 셰인 올리버(Shayne Oliver), 화이트 캐슬(White Castle)의 오너이자 디자이너이며 협업으로 유명한 텔파 클레멘스(Telfar Clemens), 다방면에서 뛰어난 미니멀리스트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Grace Wales Bonner), 나이지리아 토착민의 기술을 아울러 탄생시킨 의상으로 미셸 오바마를 팬으로 사로잡은 나이지리아의 마키 오(Maki Oh) 설립자 아마카 오사퀘(Amaka Osakwe), 최근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UTA와 계약한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타일러 미첼(Tyler Mitchell) 등도 패션과 정치에 대한 견해를 열심히 보여준다. BLM 시위 영향으로 패션계에도 다양성 증대 요구가 더 강해지는 요즘, 매우 압축시켜 나열한 이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보여주는 핵심은 ‘패션 산업에서 포용이 의무가 아니라 기회’라는 점이다.

“흑인 크리에이터가 늘어난다는 것은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아블로가 단호하게 말하며 그가 최고의 패션 스쿨에서 흑인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 마련 기금 조성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 산업으로서 우리는 흑인 커뮤니티로부터 사람들을 합류시킬 방법을 찾아야 해요. 무급 인턴십이나 인맥이나 혈연을 통한 채용이라면 어렵죠.” 또한 “기업이 포용적 근무 환경을 조성하지 않을 때도 흑인들의 합류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패션계 흑인 협의회(Black in Fashion Council)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안이다. 이 단체는 홍보 전문가 샌드린 찰스(Sandrine Charles)와 <틴 보그> 에디터 린제이 피플스 와그너(Lindsay Peoples Wagner)가 공동 설립했다.

패션계의 다양성 증대는 분명 좋은 것이다. 하지만 패션계가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급 체인의 고질병을 치료하는 길이기도 하다. 수년에 걸쳐 소비할 권리 정도로만 축소 해석하던 경제적 형평성 관련 사안은 의류 산업 노동자들이 최저 생활임금을 받을 권리와 대립해왔다. 후자를 옹호하면 미국 저소득층은 좋은 옷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미국의 가난하고 위태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은 내구성이 떨어지는 저렴한 제품을 사용할 권리보다 돈이 필요하다. 팬데믹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그들 역시 의류 노동자들과 똑같이 궁지에 몰렸다. 불평등에 관한 한 돈이 문제면서 동시에 해결책이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이다.

마틴 로즈는 코로나19 덕분에 우리가 앞날을 내다보며 살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이 돌아가게 했던 장치가 ‘현실이라는 패브릭에 구멍을 내면서’ 멈추는 순간 ‘역사의 끝’도 멈추고, 역사가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것의 끝자락에서 수년을 보내고 있었는데, 진정으로 새로운 것이 밀려드는 듯 보여요.” 그녀는 제1차 세계대전의 잿더미에서 등장한 다다(Dada)나 베트남전쟁을 일으킨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생긴 히피적 반체제 문화 등 파열의 순간에 발생한 운동을 예로 들었다. 어콜드월의 디자이너 로스는 더 조심스럽다. “이면에서 진행된 논의가 코로나 때문에 표면화되었어요. 사회 전체의 리셋을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런 질문을 더 던질 공간을 만들어내죠. 우리는 이제 그 시스템을 볼 수 있고 조금 더 인도적인 방향으로 그것을 진화시키는 걸 선택할 수 있죠. 그것은 디자이너로서 살아가는 순간을 더 흥미로운 시간으로 만듭니다.” 그러면서 그가 덧붙여 말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 변화는 선거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한 세대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물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일이 오늘날 시작되었다. 패션계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바로 사람들이 미래에 이어질 일을 상상하도록, 꿈꾸도록 하는 데 패션계의 특별한 재능을 사용하는 것. “변화를 수용합시다.” 루스테잉이 말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방법입니다.”



CREDIT

  • 글쓴이 Maya Singer

  • 일러스트레이션 Christina Zim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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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보기 링크 -> 패션이 정치적일 수 있을까?